1일차.
혹시나 하는 걱정에 6시부터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면서 기다려온 문자.
다행이다. 커피머신 싸들고, 생활치료센터 들어갈 필요는 없겠구나. 맥주는 금단증상이 없지만, 카페인 안들어가면 큰일나는 여자.
혹시나 자가격리 안하는 거 아닐까 하는 기대와는 달리 아침에 날라온 문자. (반전체가 자가격리 되는 줄은 이번에 알았다. 그럼 도대체 천안은 확진자가 왜 안잡히는거야!!!)
오 느낌상 생각보다 2일 짧아진 것 같아, 그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아이 음성이라니까 오늘 집에 오겠다는 남편님과 설왕설래를 했더니, 아침부터 이미 진이 쫙 빠짐...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아빠가 집에 오면 아빠가 방에서 방콕을 하던가 아이가 방에서 방콕을 하던가. 격리가 필요한 상황. 한 사람이라도 자유를 즐기는게 낫지 않을까.
자가격리 동안 다이어트를 놓겠다고 했지만, 이미 달아난 입맛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고구마, 사과로 연명 중. 배만 채우면 되지 뭘. 어제 먹다 남은 치킨으로 점심을 떼운다. 뿌링클류의 치킨은 담날엔 진짜 맛없다. 그리 뿌링클을 노래하더니 오늘은 자기가 양념치킨 먹겠단다.
집콕으로 행복한 아들 녀석. 안나가고 싶어하니 고맙지만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날씨마저 좋아서 아들 밖 좀 봐. 나가고 싶지 않아? 하니 전혀. 안나가고 싶어해서 미안해의 의미를 닮은 미소를 실실 흘린다.
얼마 전 아이가 거봉을 먹길래, 샤인머스켓은 좀 먹을려나 했더니... 자기는 거봉만 먹는다면서, 거부를 하길래 일단 먹고 싫으면 가서 뱉어 했더니 한 번 씹고 뱉으러 간다. 아 빡침.
오후4시경. 공무원님이 드디어 전화를 주셨다. 아이가 어려 집에서 함께 해야하니 격리를 따로 안하겠다. 하니 이젠 나도 무슨 격리통지서가 나온다고. 그걸 가지고 나중에 주민센터에 가서 격리자 지원비를 신청하라고 하셨다. 어차피 애 때문에 어디 나갈 생각조차 한 적 없지만 내 이름으로 격리통지서가 온다니 가슴이 콱 짐덩이가 올라온 기분이다. 어차피 못나가는건 다름없는 사실인데 기분이 엄청 다르다.
제일 궁금했던 건, 음식물 쓰레기.
일반쓰레기야 어차피 많아도 쌓아두면 된다치지만 음식물은 어떻게 하나요 했더니 음식물은 부패성이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닮아서 현관문 밖에 내놓으면 남편분이 치워주면 된다한다. 이왕이면 격리물품에 칙칙이 소독제가 나가니 그것까지 뿌려주면 더 좋다고 하셨다. 오 한시름 덜었다. 냉동고에 자리가 없어서 얼리기도 애매모호했었다. 역시 남편이 밖에 있길 잘했지. 주말부부의 뜬금없는 장점이 새로 등장.
나중에 아이가 재검 때도 음성이 나오면 일반쓰레기는 그냥 그대로 버림 되고, 양성이 뜨면 그걸 다시 주황색봉투에 닮아 같이 이동된다고 한다.
오늘은 잔생각 없이 자고 싶으니 간만에 맥주를 드링킹 한다. 아 좋구만. 이거라도 있어야지. 역시 맥주가 짱이구만. 김치냉장고에 맥주가 많은 줄 알았더만 먹다 만 피티가 두 개다. 헐.
꼭 남편보고 사놓고 출근하라고 해야겠다.
2일차.
역시 맥쥬. 몸무게가 0.4kg 더 빠졌다. 역시 건강엔 안좋지만 효과는 좋고. 나도 즐거운 ㅋㅋㅋㅋ
토요일 아침은 원래 라면.
학교 안간지 며칠인데 이런건 까먹지 않는 우리 아들.
점심은 닭볶음탕. 미리 쟁여놨지만 유통기한 임박이 되서야 몸을 움직인다. 며칠 정신도 없었구.
싸이클 타면서 넌지시 아들한테 말했다. 아들 이따가 숙제하자. 격리기간도 원격이라 숙제 해야한대. 최대한 게임시간을 빼보려고 말했으나 아들이 대답한다.
엄마. 토요일에 숙제가 어디있어.
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근데 그냥 미리 좀 해도 될듯한데? 자기 사전에 미리는 없단다. 하아.
남편이 마트를 갔다 왔다. 바리 바리 사오라고 하지 않은 것도 사와서 이뻤으나. 정작 내 생명수가 없다.
내 맥주는? 했더니 사오라고 안했단다.
내일 올 때 사오라니 이쁘게도 오늘 사왔다♡
그러나 오늘은 안먹을거지롱. 격리 기간의 양심이 있지. 왠만해선 하루 건너 하루 마실거야 ㅋㅋㅋㅋㅋ
모른다. 또. 이 갑갑함이 지나치면 매일 마실수도 ㅋㅋㅋㅋㅋ
어머님이 또 고기 잔뜩 들은 미역국을 끓여 보내주셨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일등 시어머니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어머님. 나도 며느리 생기면 어머님처럼 해주고 싶으나........ 아마도.......그건.......... 무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일차다.
그런데 그제부터 왜 이리 하루가 길지.

아 그러고보니 하루 두 번. AI콜이 온다더니 왜 안오지.
어제도 안오고 오늘도 안오고. 온다는게 안오니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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